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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定住)와 안락(安樂)의 위험성

2010.02.23 12:01

정근태 조회 수:77227 추천:34



요즘 읽고 있는 김종래님의 "유목민 이야기"에 쓰여 있는 구절입니다.

"'질주라는 단어가 지구촌의 피를 끓게 하던 시대가 있었다. 유라시아의 12세기 후반에서 14세기 중반까지 2백여 년에 걸쳤던 칭기스칸의 시대가 바로 그때였다. 그 시기의 유목민들은 칸을 따라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의 대지를 내달리고는 했다. 비록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들이었지만 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의 질서가 그들의 질주로 인해 바뀌는 것을 보았고, 또 그들 앞에 무릎 꿇는 정착민들을 보면서 머물러 사는 자의 안락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목격했다.

안락은 스스로를 안락사시킨다.

그래서 그들은 당장에는 가난하고 괴로워도 내일에의 꿈을 향해 말 위에서 자고 샜다. 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까지 칸께서 우리의 땅이라고 명하셨다.
이렇게 외칠 때 그들은 행복했다. 칸의 역사를 함께 사는 일, 칭기스칸이 만들어 가는 세상의 질서에 동참하는 일, 거기서 맛보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그들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일깨워주고 그들 스스로의 삶을 값지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후회없이 말을 달렸다. 그리고 그들은 질주가 가로막힐 때마다 격렬한 전투를 피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것을 소유하려는 자들과, 소유에의 욕망을 잠재우려는 자들간의 싸움에서 승패는 언제나 불을 보듯 뻔했다. 유목민들의 승리였다."

-유목민 이야기, 자우 출판, 25.



"안락은 스스로를 안락사시킨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한마디입니다.
우리가 편안함에 유혹되어 전진하기를 멈출 때,
우리의 삶은 안락사되고 만다는 의미겠지요.

"눈앞에 있는 것을 소유하려는 자들과, 소유에의 욕망을 잠재우려는 자들간의 싸움에서 승패는 언제나 불을 보듯 뻔했다. 유목민들의 승리였다."
라는 마지막 말도, 현실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말입니다.
가져야만 한다는 이들과 안가져도 좋다는 이의 싸움은 당연히 승패가 정해져 있습니다.

유목민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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