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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이 없어졌어요!”

2006.03.05 13:13

정근태 조회 수:916 추천:31




오늘은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운동부터 한판하고 오겠다던 성묵이에게 박 선교사가 물었습니다.
“벌써 공 챙겨놨니?”, “아뇨”, “어, 그럼 공들이 어딜 갔지?”
분명히 어제 밤에 공들을 늘 놔두던 박선교사 방의 발코니에서 축구공과 농구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집안 다른 곳에도 없고요.
“누가 훔쳐갔구나!”
사실 그곳에 공을 두면, 우리 상식으로는 공을 훔쳐 갈 수 없습니다.
물론 틈이 있기는 하지만, 12~13 cm 에 불과해서 그 틈으로는 축구공과 농구공이 빠져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저희집은 아파트 2층입니다.(붉은 선 안입니다.)
박선교사의 발코니가 보이시죠, 그리고 발코니가 좀 허술해서 아랫 부분에 (푸른 화살표로 표시된) 틈이 있습니다.
문제는 현관입니다.
아마도 현관 위로 올라와서(노란색 화살표) 훔쳐간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틈으로 어떻게 공들을 빼내느냐 인데,,,
우리 식구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곳에 늘 공들이 있는 것을 보고, 계획을 해서, 밤에 현관 위로 올라와서, 공들의 공기를 빼고(물론 계획을 했으니, 도구를 준비했겠지요), 그 틈으로 그 공들을 꺼낸 다음, 가지고 가지 않았겠나!”
사실 그 공들은 사연이 있는 공들입니다.
먼저 축구공 이야기를 하자면,
이 공은 아이들이 한국에서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집에 있던 공을 가져 온 것입니다.
제 친구인 김진석 목사가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한 공으로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좋은 공이었습니다.
지난 일년 간 잘 가지고 놀다가. 지난 1월 1일에 학교 운동장에 가지고 나가 놀고, 들어올 때 깜빡 잊고, 공을 두고 왔습니다.
5분 정도 후에 이를 알고 뛰어 나갔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습니다.
2주 후에, 저와 집사람이 길을 가다가 그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공이 우리공이고, 어떻게 잊어버렸는지 이야기하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산 공이라며 바득 바득 우겼습니다.
선교사인 우리가 강제로 빼앗아 올 수는 없어서, 차근 차근 설명하자, 아이들의 부모가 나오고, 어느 상점에서 샀다고 하고, 그 상점에 가고,,,,,,
부모는 자기 큰아들이 어디서 사온 공인데, 그 아들은 지금 멀리 가서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하고,,,
어쨌거나 그들이 말을 여러 번 바꾸어도 앞뒤를 맞출 수 없자,  
결국 우리 말을 인정하고 공을 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공을 찾아주었으니, 사례를 해 주어야 한다며 우겨서, 결국 그 아이들에게 중국산 축구공 하나를 사 주고, 되돌려 받아온 공이었습니다.
농구공은,
이곳 농구장에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이 가지고 노는 공이, 다들 고무로 된 농구공이었습니다.
어린이들과 청년들과 사귀고, 자신도 운동을 하기 위하여, 이 나라에서 구하기 힘든(그리고 비싼) 가죽 농구공을 필리핀의 동료 선교사에게 부탁해서 소포로 우송 받은 공이었습니다. 그 공을 가지고 나가면, 단연 인기라, 여러 아이들과 친해지는 매개가 되었던 공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목요일에도 박선교사가 혼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불과 삼 일만에 두 번 도난을 당한 것입니다.
매일 아침, 가족 예배후에 모든 가족이 모여 함께 성경 공부를 하는 시간, 요즈음은 히브리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부할 부분은 12장 3절이었습니다.
실망한 아이들과 박선교사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하기위해 성경을 폈습니다.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
순서에 따라 공부하는 가운데, 오늘 아침에 공부할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를 위한 위로의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물건을 잃어버린 것 보다도,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 더 찜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 어떤 물건이, 혹은 사람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이지요.
그리고 이들에게 선교사로서 복음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저 사람이 우리 물건을, 우리 집을 겨냥하고 있지 않은가 경계하게 되는 것이 더 큰 타격이지요.
“낙심하지 말고, 자신에서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시면서도 그들을 사랑하심으로 오래 참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라”
오늘 아침에 이 성경절을 공부할 차례였다는 것이 새삼 감사한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들, 복구가 어려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경고하시는 하나님의 목소리로 생각해야겠지요.
소소한 것들, 한국에서는 내놔도 가져가지 않을 것들(신던 신발, 가방, 등등 소품들)을 많이 도난당하는 선교지에서...
잃어버린 것을 생각지 말고, 하나님께 더 많이 받은 것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길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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