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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겨울나기

2006.01.13 16:59

정근태 조회 수:556 추천:11





캅차가이는 춥습니다.
여름에 40도까지 올라가던 더위가 다 어디 갔냐는 듯, 아침에 일어나서 온도계를 보면 -2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얼마나 내려가는지 매스컴을 접하지 못해서 정확히 모릅니다마는, -30도까지도 간다고들 합니다.
최대 깊이가 45m나 되고, 면적이 1,487㎢ (평방 km)나 되는 엄청나게 큰 호수인 캅차가이 호수도 수평선까지 얼어붙었습니다.(사진 1)
어마어마하게 큰 스케이트장입니다.....
길거리의 가로수도 멋지게 상고대를 입었습니다. (사진 2)
상고대는 한국에서는 지리산이나 태백산 등의 고산 지대에서만 볼 수 있지만,
여기는 가로수들까지도 모두 상고대를 피워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의 생각으로는 영하 20도 이하에서 어떻게 사는가 하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 있는지라,
저희 식구들도 이젠 낮에 -10도만 되면 “따듯하네!”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동물이 곰이지요.
곰은 동면을 하는 동물이고요, 이곳 사람들도 꼭 그 곰 같습니다.
겨울이 되니까, 다들 집안에 틀어박혀서, 꿈쩍도 않습니다.
조금만 불편한 분들은 교회도 안 오려고 합니다.
바깥나들이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이 한번 오면, 아무도 눈을 치우지 않습니다. 행정 기관에서도 수수방관입니다.
그러니 집밖만 나서면 눈이 다져져서 빙판입니다.
게다가 녹지를 않으니, 눈은 가끔 와도 빙판은 3월까지 사람의 발목을 잡을 것 같습니다.
무슨 행사를 벌여도 안 오니, 일을 벌이려 하다가도 맥이 빠집니다.
주택들과 아파트들도 지은 지 30년 이상들이 된 것들이라 중앙난방의 온수 파이프들이 대부분 석회로 메워져 있습니다.
이 지역의 물들이 석회 성분이 많은데다가, 이 물들을 가열하면, 석회 성분이 굳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잘라진 파이프들을 보면 석회와 녹이 엉겨서 파이프 단면적의 95%이상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드카가 대중화 되고, 또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지라, 저녁에 취해서 길에 쓰러지면 동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집 앞의 식품 가게에 가는데,
경찰 앰블런스가 뒤에 손수레 같은 보조 차량을 달고 가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위에는 들것이 놓여 있었고,
머리까지 흰 마대자루 같은 것으로 뒤집어 씌워놓은 사람의 형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면의 시간입니다.
일 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지만,
이제 다가오는 봄을 위해 준비하고, 계획하도록 선물로 주신 시간이라 생각하며 시간들을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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