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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역성경과 성경번역

2005.02.13 16:30

정근태 조회 수:983 추천:14



  
라틴어가 오늘날의 영어처럼 당대의 공용어 역할을 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그 메시지가 모든 이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당시의 교회는 제롬이라는 학자를 시켜 평이한 라틴어로 성경을 번역하게 했다. 이 성경은 한동안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의 양식을 제공하는 소중한 도구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라틴어를 사용하거나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런데도 교회는 마치 라틴어 역본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성경 원전인양 그것만을 고집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러한 일을 교회법으로 금했다. 중세 암흑기는 말씀 부재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었고, 선각자들과 개혁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성경의 번역을 시도했다.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비천한 앵글로색슨 말로 번역한 ‘죄’로 중세 교회는 위클리프와 틴데일 같은 개혁자들을 처형했다. 그러나 부패한 제도교회가 진리의 불길을 영원히 잠재울 수는 없는 법, 마침내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고, 로마교회의 핍박을 피해 프레데릭 영주의 성에 은둔하던 루터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낸 업적은 자신의 모어인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1950년대에 한국교회는 당시의 한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성경을 번역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 온 개역성경이다. 세월이 흘러 개역성경에서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들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대형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고풍스런 어휘들과 생경한 표현들로 가득한 개역성경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성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친숙하고 쉬운 표현과 개정된 철자법에 맞는 새로운 성경들이 번역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는 항상 수구적(守舊的)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개역성경을 옹호했고, 현대어로 번역된 성경들을 신학적으로나 수사학적으로 부적절하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그 사이 젊은 세대들에게 개역성경은 어느덧 라틴어 성경이 되고 말았다.

해석학적 관점에서나 번역 이론에 비추어 오역이 발견되면 바로 잡는 것이 마땅하고, 보다 정확한 역본을 얻기 위한 건설적인 비판과 논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역본도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은 없고, 무오한 성경이란 원전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책임은 번역 상의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원전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매끄럽게 표현하는 일이다.

문제는 개역성경을 고집하는 이유가 다분히 수사학적 편견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어 역본들의 표현이 개역성경에 나오는 고풍스런 표현에 비해 천박하거나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누가 듣기에 천박하고, 누구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것인가? 결국 기존 교인들, 그것도 교계의 실세이자 한국교회의 관행과 틀에 익숙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인데, 성경이 과연 기득권층을 위한 책이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복음을 새롭게 들어야 할 대부분의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현대어로 번역된 역본들이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개역성경이 안고 있는 문제보다는 덜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독교를 세속 종교와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세속 종교가 의식을 중시하는 데 반해 기독교는 메시지를 중시한다는 데 있다. 기독교가 만일 의식 중심의 종교라면 개역성경이든 라틴어 성경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 어차피 메시지의 전달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과 표현들에 성경이 계속 갇혀 있게 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자녀들은 성경으로부터 더 이상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게 될 것이고, 개역성경을 읽는 것과 스님이 염불 외는 것의 진정한 차이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훌륭하게 역할을 감당한 개역성경을 명예 퇴진시키고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경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내용출처 : http://www.gbt.or.kr/view 참고

(네이버 지식인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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