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디를 가도 비참하다. 빵, 버터, 설탕 조금으로 생활한다. 그런데 대통령 친인척들의 재산은 9억7,000만 달러(약 1조원)라고 한다"(카자흐스탄 모 정유업체 중역 탈가트 깔쿠조프씨)

"대통령 아들에게 경제권력이 몰려있고, 부패지수는 세계 189위이다, 정부는 일반국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른다."(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사회민주당 당수ㆍ현 과도정부 수반)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위 두 사람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재 상황을 생생히 들려줬다. 이런 상황이 이달 키르기스의 '제2의 튤립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중앙아의 심각한 독재국가들이 다시금 전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1991년부터 구 소련에서 차례로 독립한 이후 대통령이 선거에 의해 바뀐 적이 없다. 카자흐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9년째, 타지키스탄은 16년째 집권하고 있다. 초대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투르크메니스탄과 2차례 혁명이 발생한 키르기스만이 대통령이 바뀌었다.

종신제까지 도입되고 있다. 투르크는 2006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이 종신 대통령이었고, 카자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07년 종신 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우즈벡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개헌으로 집권을 2014년까지 늘렸고, 타지크의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대통령도 2020년까지 집권기한을 늘려놨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오히려 저주?

유일하게 두 차례 독재정권을 뒤엎은 키르기스는 주변국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내세울 만한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중앙아 국가들 중에 가장 가난하게 머물러 있지만,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기반이 약해 오히려 혁명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국가들은 풍부한 자원으로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루며, 동시에 권력층의 부패와 치부도 공고해졌다. 카자흐의 석유 매장량은 공식 세계 7위(실제는 2위라는 분석도 있음)이며,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2위이다. 우즈벡은 금 매장량이 세계 3위로 추정되며, 투르크는 가스매장량이 세계 3위이다. 또 타지크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가이다.

이런 축복의 천연자원으로 인한 수익은 거의가 대통령의 아들ㆍ딸ㆍ사위ㆍ형제 등 친인척들에게 돌아간다. 카자흐에 진출한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채굴권 계약서 한 장을 흔들면서 기업들에게 뇌물을 받고, 자원개발 이익분배금을 호주머니로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단 공무원들까지 갖가지 트집을 잡아 뇌물을 챙기는 것이 일상이 됐다.

깔쿠조프씨는 "지금 카자흐 대통령은 자신의 동상까지 만들기 시작했고, 자신을 예수에 비유하기도 한다"며 "모두들 '정신 나간 대통령'이라고 분노하지만, 공산주의를 거치면서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커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키르기스를 제외하면 야당기반이 거의 없다. 심지어 대통령 친인척이 야당 총수를 하면서, 여당을 지원하는 경우까지 있다. 때문에 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이 80~90% 이상의 득표율로 재선되는 구조다. 깔쿠조프씨는 "아무도 선거결과를 믿지 않는다"며 "선거제도도 엉망이고, 조작되는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오툰바예바는 "대통령이 따로 지시할 필요도 없이 공무원들이 알아서 선거조작을 하는 게 중앙아시아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 한국일보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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