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에 대한 접근

2005.03.11 07:53

정근태 조회 수:4070 추천:26



<사진은 펠가나 고려인 교회, 1999>

한국인 선교사가 중앙 아시아 지역에 대한 선교를 계획할 때 항상 먼저 고려되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려인들에 대한 선교이다.  이는 같은 민족이고, 일정 부분 동질감을 찾을 수 있는 이들에게 먼저 접근하게 된다고 하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매우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점들만을 바라보고 고려인들에게 다가서면, 즉시 그 동안 간과했던 문제들이 대두된다.  

이제는 강제 이주를 당했던 세대는 거의 다 지나가고 그 이후 세대들만이 살아있고,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출생한 고려인들은 이미 러시아화 되어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문화와 언어 자체가 러시아적이고, 한국적인 부분은 거의 찿아 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이들을 한국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서는 않된다.  이 지역의 고려인들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비율이 대단히 적을 뿐 아니라, 한글을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이보다도 훨씬 더 적다.  일반적으로 한인들 가운데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의 경우는 한인의 5% 미만이다.
  
그러나,  각 공화국들이 한국과 국교를 수립한 이후에 한국어를 잊어버린 고려인들은 다시 모국어인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그들은 성경을 배우는 것보다 한글을 배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려인들의 한글 해독률은 1.5%에 불과한데, 현재 한글 교육은 한국 교육원과 고려인 문화센터와 각 대학의 한국어 학과에서 하고있는 정도이다.

이 지역의 고려인들은 북한에서 50년대 후반에 카자흐에 설치했던 ‘조선어 학교’가 65년께 소련 정권에 의해 폐쇄되면서 90년대 초반까지 거의 버려진 상태였다.  <고려일보>, <레닌기치> 등의 한글 신문과 조선 극장, 고려인 협회, 집단 농장 등이 그나마 ‘고려말’을 보전하는 구실을 해 왔다.  늦었지만 러시아에서 독립한 뒤 91년부터 한국 정부가 설치한 한국 교육원의 활동은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 보존된 이들의 민족혼을 되살려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정민. “세계속의 한국어,” 한겨레신문, 2001년 10월 26일, 31. - “이들 중앙 아시아 지역에 설치된 한국 교육원은 세계 전체 교육원(35곳)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한국 교육원(원장 : 정금배)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한국 교육원(원장 : 강태휘)은 자체 건물을 세워 학교를 열고 있으며, 2001년 생긴 키르기스 비슈케크 한국 교육원(원장 : 심상도)과 함께 현지 슈콜라(정규 초,중,고등학교)에 설치한 한국어 과정에 교재와 인건비 등을 보조하고 있고, 기타 교회 등의 주말 한글 학교 지원도 활발한 편이다.  교육원 설치가 10년 안팎이 된 우즈베크, 카자흐의 경우 연로한 동포 1세는 대개 우리말(고려말)을 알고 있으나, 2, 3세로 가면 대강 알아듣는 수준이 30%이며, 초중등학교와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4세(약 10%, 10~20대)들은 어느 정도 한국어를 부려쓰는 것으로 나타난다.  강태휘, 정금배 원장은 '현지 고려인 동포들로 하여금 다민족 국가에서 소수 민족으로서의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주류 사회로 진입하여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와 현지어 연관 교육과 영어, 컴퓨터 교육 등도 중요하므로 이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연해주 쪽과 마찬가지로 각종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가운데 현지인들이 60%를 넘는 점이다.”  

따라서 고려인들을 위하여 유능하고 신앙심이 깊은 한국어 교사 겸 선교사를 파송해서 한국어, 한글과 함께 복음의 기별을 전해준다면 매우 효과적인 선교의 방법이 될 것이다.

현재 이 지역에서의 고려인들을 위한 선교 활동의 가장 큰 약점은, 현지 교회들을 이끌어 갈 차세대 지도자들을 훈련시키고 교육시키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회중의 규모가 작은 초기에는 선교사나 현지인 평신도 지도자들이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곧 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이들이 모든 문제들을 감당해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케인, 403.  빠른 시간 내에 현지인 지도자들을 양성해야 한다.
중앙 아시아 지역에 이미 조직되어있는 고려인 교회는 선교의 전초기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고려인 교회에서의 사역할 때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지역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감에 따라 고려인들이 다른 민족에 대하여 우월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인 교회에 타민족이 찾아오면 그러한 우월 의식을 가지고 대하고, 그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정신을 극복해야 이 다민족 지역에 대한 선교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고려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가 효과적이고 초기에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현지의 다른 민족들로부터 인종주의, 혹은 민족주의적인 입장으로 비춰지는 것은 대단히 경계하여야 한다.  우리의 선교 대상은 동족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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