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한 조국을 두고 요즘은 왜 떠나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중앙아시아 고려인 1세 이반 박 교수(83)는 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우리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먹고 살기 어려워 나왔지만, 지금은 조국이 발전했는데 왜 이민을 하는지 모르겠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1930년 10월 원동(극동)에서 태어난 박 교수는 옛 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7살이던 1937년 가족과 함께 카자흐 아티라우로 넘어왔다.

박 교수는 "9월에 출발해 기차로 한 달이 걸렸다"며 "화장실과 문이 없어 용변을 보려다 떨어져 죽은 사람이 많았소"라며 힘겨웠던 이주 과정을 회상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소련 당국은 가축 운반 열차에 고려인을 태워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서 5천km 이상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까지 중앙아시아 각지로 강제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각종 질병과 사고로 60%의 고려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아티라우에 도착해서는 헛간에서 고려인 여덟 가족이 함께 첫 겨울을 보냈는데,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만든 된장과 초원의 이름 모를 나물로 끼니를 이었다"고 회상했다. 부실한 음식과 혹한 때문에 나이 든 노인이나 아이들이 설사병 등에 걸려 죽어나갔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이듬해부터 고려인들은 맨손으로 수로를 파고 농사를 시작하며 모질게 정착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생각하면 카자흐로 온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카자흐가 독립 후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고려인이 성실함을 인정받아 각계에서 활약을 펼치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자흐 고려인 협회에 따르면 현지에서 고려인 출신으로 차관급 이상 고위 관직에 올랐던 인물은 40여 명이 넘고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400명 이상이다.

전체 인구 1천700만명 카자흐 인구 가운데 고작 10만 명에 불과한 고려인 수를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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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주 150년> 이반 박 "같은 민족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안타까워"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발전한 조국을 두고 요즘은 왜 떠나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중앙아시아 고려인 1세 이반 박 교수(83)는 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이같이 반문했다. 2013.12.27 <<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mtkht@yna.co.kr


1954년 카자흐 국립대학교를 졸업한 그도 모스크바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소련 국립과학원에 들어가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금은 카자흐 국립과학원에 재직하며 사회 지도층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에 대한 느낌을 묻자 서슴지 않고 "내 조국이지"라고 답했다. 수차례 한국을 다녀온 그는 방문 때마다 고향에 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소련 정부가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강요한 탓에 현재 대부분의 고려인이 한국어와 모국의 문화를 잊어버렸다며 같은 민족이면서도 소통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자신 또한 중학교를 졸업한 1949년부터 20년간 단 한 번도 한국어를 쓴 적이 없어 한글과 전통문화를 많이 잊어버렸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같은 민족이면서 서로가 느끼는 이질감 해소를 위해 한국 정부의 다양한 문화사업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옛 소련 시절 고려인과 함께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독일인에 대한 독일 정부의 지원 정책을 예로 들며 고려인들이 조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외국에 사는 자국 동포가 고국에서 유학하길 원하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고려인에 대해 비슷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카자흐 전체에서 한 해 고작 8명으로 제한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  (알마티=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6670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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