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무로스와 산티아고 요새

2013.07.07 12:41

정근태 조회 수:5432

스페인 식민 시대에 세워진 인트라무로스(‘벽의 안쪽’이라는 뜻)는
전체 길이 3 km의 거대한 성벽도시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2013226.JPG

지금은 당연히 스페인인들 뿐 아니라 모든 관광객들에게 열려있지요.
오른쪽의 푸른 잔디밭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제일 안쪽의 방어시설 아래로 나 있는 통로입니다.





통로 저쪽에는 가톨릭 국가답게 작은 가톨릭 성당 하나가 있습니다.



성당 주변도 역시 방어 요새의 모양을 가지고 있지요.



성당 내부입니다.





성당 주변의 성곽들입니다.



역시 요새의 모습을 잘 가지고 있습니다.



안쪽의 시설은 바로 이 해자에 의하여 보호받고 있습니다.



해자 건너편에는 산티아고 요새로 들어가는 문이 보입니다.



산티아고 요새는 파식강에서 인트라무로스를 통하는 주요 입구를 수비하는 요새입니다.
스페인이 마닐라를 점령했던 1571년경에 처음 세워진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군사적 요충지이지요

외벽에는 산티아고 요새를 안내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산티아고 요새는 현재 호세 리잘(Jose Rizal)을 기념하는 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 식민 정부에 대항하는 혁명을 일으켰던 그가 1896년 처형될 때까지 이 곳에 감금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호세 리잘은 언론 활동을 통해 식민 정책의 개혁과 독립을 촉구했고,
필리핀 민족 동맹을 결성, 독립 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었고,
결국 이곳에서 처형되었습니다.

리잘 뿐 아니라 이곳 지하 감옥에서는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네요.



산티아고 요새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곳이 호세 리잘을 구금했던 곳이기도 하고,
2차 대전 중에는 일본군이 미군을 가두기도 했던 곳입니다.

길 가운데로 표시되어있는 발자국은 호새 리잘이 감금되어 있던 곳에서,
처형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공원,



그러나 이곳이 바로 스페인 제국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구금되고 핍박받고,
죽어가던 장소입니다.



감금 시설들입니다.





감옥 가운데는 호세 리잘이 감금되었던 방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감금되었던 감옥의 벽에는,
여러 언어로 번역된 그의 시 “마지막 인사”가 동판으로 제작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 번역도 있습니다.





성곽 위로는 좁은 오솔길,



방어용 요새의 기능에 충실한 외벽이 보이죠?



리잘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건물위의 기와가 인상적입니다.



아래쪽의 수리되지 않은 부분도 낭만적으로 보입니다.



요새 옆을 흐르고 있는 파식 강,





요새를 마주한 건너편에는 현대 도시가 들어서 있습니다.





부유식물인 물옥잠들이 많이 떠있는 강의 모습은 대단히 이색적입니다.





파식 강변에 앉아서,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며,
리잘이 처형되기 직전 조국에 바친 ‘마지막 인사’를 생각합니다.



마지막인사
- 호세 리잘

잘 있거라,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받는 태양의 고향이여.
동방 바다의 진주, 잃어버린 우리의 에덴 동산이여!
나의 이 슬프고 암울한 인생을, 기꺼이 너를 위해 바치리니,
더욱 빛나고, 더욱 신선하고, 더욱 꽃핀 세월이 오도록
너를 위하여도, 나의 행복을 위하여도, 이 한 목숨 바치리라.

전쟁터에서 열광적으로 싸우며, 다른 형제들도
한 점의 의혹도 두려움도 없이 너를 위해 목숨을 바치나니,
장소가 무슨 상관이랴, 사이프러스 나무여, 월계수여, 백합꽃이여,
교수대에서건, 들판에서건, 전쟁에서건, 잔인한 순교대에서건,
내 집과 내 조국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나 다 한 가지.

하늘이 어두운 망토 뒤에서, 벌겋게 달아오르며
마침내 새 날을 알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죽어가노라,
너의 여명을 물들일 꽃물이 필요하다면
거기 나의 피를 부어라, 기꺼이 나의 핏방울을 쏟으리라
밝아오는 햇살에 하나의 빛을 더할 수 있도록.

아직 사춘기 어린 시절의 나의 꿈들로부터
이윽고 활기에 찬 청년 시절의 나의 꿈까지,
내 꿈은 어느날인가, 동방 바다의 보옥, 오직 너를 보고자 했나니,
눈물을 닦는 그 까만 눈동자, 그리고 찌푸린 이맛살도, 주름살도,
부끄러움의 흔적조차 없이, 높이 쳐든 너의 반짝이는 이마를.

내 인상의 꿈이여, 내 불꽃의 살아있는 열망이여,
이윽고 떠날 채비를 하는 이 영혼이 너에게 소리쳐 건배하노라!
건배! 아, 너의 비상을 위해 추락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너를 살리기 위해 내가 죽는다는 것, 너의 하늘 아래 죽는다는 것,
그리고 너의 사랑과 매혹의 땅 속에 영원히 잠든다는 것.

나의 무덤 위에, 그 짙게 덮인 소박한 풀잎들 사이
혹시 어느 날 초라한 한 송이 꽃이 싹터 오르는 것을 보거들랑,
그 꽃을 너의 입술에 가져다다오, 거기 나의 영혼에 입맞추어다오
그러면 나는 차가운 무덤 아래서, 나의 이마에
너의 사랑의 숨결, 너의 입김의 따스함을 느끼리니.

달이 와서, 그 보드랍고 고요한 달빛으로 나를 지켜보게 하라,
새벽이 와서, 여명이ㅡ 그 불빛 광휘를 내게 비추게 하라,
바람이 와서, 그 아픈 신음 소리로 내 곁에 와 울게 하라,
그리고 무덤 위 내 십자가 위에, 새 한 마리 내려와 앉거든
거기 앉아 소리 높여 너희의 찬가를 부르게 하라.

불타는 태양이 빗방울을 증발시켜, 그대로 순수하게
하늘로 되돌아가게 하라, 나의 절규를 함께 이끌고...
너의 친구 있거든, 나의 이 철 이른 종말을 울게 하라
그리고 어느 고요한 하오에, 나를 위해 기도하는 자 있거든
기도하라, 너도, 오 나의 조국이여! 나로 하여, 하나님을 쉬게 하리니...

불행하게 죽어간 모든 분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천하에 없는 고통을 당하고 가신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라,
고생 속에 신음하는 우리 불쌍한 어머니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고아들과 과부들, 고문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끝내 구원을 받아야 할 너 자신을 위해 기도하라.

그리고 묘지가 어두운 밤에 휩싸일 때
그리고 오직 주검들만이 홀로 남아 밤을 지샐 때,
그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 그 신비를 흐트리지 말라,
어쩌다 거기 양금소리, 거문고 소리가 교교하게 들리면,
사랑하는 조국이여, 너를 위해 부르는 나의 노래인 줄 알라.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나의 무덤을 기억하지 못 할 때
나의 무덤임을 알려주는 어느 십자가도 돌도 없을 때,
사람이 괭이로 땅을 갈고 흙을 흐트러뜨려도 좋으니,
그 때의 나의 잿더미는 아무것도 없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너의 양탄자의 먼지로 남아 있으리니...

그 때는 네가 나를 잊은들 무슨 상관이랴,
너의 대기, 너의 공간, 너의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나는
너의 귀에 은밀히 속삭이는 맑고 떨리는 음악이 되리니...
나의 신앙의 본질을 끝없이 반추하는 신음소리, 노래소리,
수런거리는 소리, 색깔, 빛, 향기가 되리니...

나의 사랑하는 조국이여, 나의 아픔 중의 아픔이여,
사랑하는 필리핀이여, 나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들으라.
여기 너에게 모든 것을 놓고 가노라, 나의 어머니 아버지, 나의 사랑을,
나는 가노라, 종도 살인자도 압제자들도 없는 곳으로,
신앙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그곳, 오직 하나님만이 왕이신 그곳으로

안녕히 계세요, 어머님 아버님; 잘 있거라, 형제들아,
내 영혼의 피붙이들아, 잃어버린 조각에 사는 내 어린 시절의 친구들아,
피로하고 지친 날을 내 이제 쉬게 되었음을 감사드려다오;
잘 있어요, 다정한 이국의 아가씨, 나의 친구, 나의 즐거움이여
잘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 죽는다는 것, 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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