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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잠깐 시간 있으세요

2011.12.29 09:05

정근태 조회 수:2238

Christianity Today 에 실린 글을 읽고 우리의 시간이 어떻게 시용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음은 Christianity Today에 실린 전문입니다.


목사님, 잠깐 시간 있으세요

하나님이 그 만남을 주선하셨음을 알고 있는가

고든 맥도날드  Gordon MacDonald  2011.10.26 최요한 옮김


울프 목사의 하루는 늘 똑같이 시작된다. ‘리처드 울프 목사 전용’ 푯말을 세운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써 붙인 뒷문으로 들어가 잘 꾸며진 사무실로 직행한다. 먼저 비서의 책상에 들러 PDA를 컴퓨터에 연결된 덱에 꽂아 동기화한다. 삐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최신 일정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커피 잔을 손에 들고 잰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서둘러 문을 닫는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떨어뜨리고 바삐 움직이면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했다. 요즈음 ‘무거운 세상을 어깨에 지고 갑니다.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자세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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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 PDA를 가지고 일정을 살피던 울프 목사의 입에서 월요일 아침부터 거친 말이 나왔다. 무슨 회의들이 시간마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 주 내내 하루 건너서 하루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거친 말이 나왔다.

아침에 아내에게는 오후에 단풍놀이를 가자고 했고 중학생 아들에게는 목요일 오후 축구 시합에 가겠다고 다짐까지 했는데, 일정을 보니 가족과 한 약속은 공수표가 될 듯했다.

‘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야. 언제부터 일이 이렇게 재미가 없어졌지?’ 누구든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리처드 울프의 영혼에 문제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이런 생각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7년 전 젊은 리처드 울프 목사는 200명 남짓 되는 교인 앞에서 처음 설교를 했다. 그의 설교는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켰고 오래지 않아 교인이 늘기 시작했다. 교인이 늘자 공간 부족으로 예배당 건축이 시작되고 아울러 사역자와 직원들도 늘고 사역과 프로그램이 세분화된 조직이 탄생했다. 또 여러 학교와 대회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아주 오래전 울프 목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주보에는 사택 전화번호까지 기재돼있을 정도였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거의 모든 교회 모임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절, 교회는 그를 ‘목사’라고 불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그를 담임목사라고 부른다. 이런 변화를 알아차린 누군가는 이런 농담을 했다. “목사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 하지만 담임목사는 미리 약속을 해야 해. 그가 편한 때, 그가 편한 곳에서.”

예를 들면 그가 거친 말을 연발한 월요일 일정에는 전략기획회의, 예결심의, 직원계발모임, 인사위원회 회장 면담(15분 이내!) 들이 있었는데, 그건 오전 일과에 불과했다.
오후가 되면 수석목사를 만나 조직 개편에 관해 의논하고, 휴가를 얻어 귀국한 파송 선교사 가족도 만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개편된 보고 체계에 불만을 품은 목사 두 사람과 한 시간씩 면담도 해야 한다. 아니, 정말로 불만을 품은 사람은 이런 변화를 강등이라고 여긴 부인들이 아닐까?

하지만 PDA의 일정 알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성 성경 모임에 들러 간단히 인사도 해야 하고(“목사님, 5분 정도만”), 점심 식사 때는 교회 경리 직원의 20년 근속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격려사도 전해야 하고, 그가 소속된 어느 대학교 이사회의 전화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총장이 미리 말했다. “목사님이 없으면 안 되는 회의입니다”).
저녁에는 장로회의가 있다. 재정위원회에서는 회의 후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달라고 요청했다.
더군다나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쪼개서라도 오는 일요일 설교 준비도 해야 한다. 그는 늘 월요일 밤까지는 설교의 윤곽을(최소한 요점이라도) 잡아놓아야 마음이 놓였다.

PDA가 울린다. 비서가 알람 기능을 설정해둔 덕분에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있고 언제든 대화도 적당히 끊을 수 있는 핑계도 됐다.

사무실을 나선 울프 목사는 안내 데스크 앞에서 한 여자 교인을 만났다. 이름은 몰랐지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그러면 보통 “안녕하세요, 목사님. 지난 주일 설교에 은혜받았어요” 하고 끝나야 하는데 그 교인은 달랐다. “목사님, 꼭 뵙고 싶었어요. 잠깐 시간 있으세요?”
솔직히 말하면? 없다. 예산 관련 회의가 기다리고 있고 PDA를 보니 45분 뒤에 또 다른 약속이 있다. 그는 힘껏 활짝 웃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회의가 있어서요. 제 비서를 만나시면 나중에 약속을 잡아드릴 거예요.” 그는 금방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 교우가 담임목사를 만나려면 일정상 2-3주는 기다려야 한다. ‘부목사를 만나면 될 거야.’ 그는 확신했다.

‘큰 교회의 담임목사는 선약 없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교인들이 언제나 알게 될까?’ 그는 곧바로 예결심의 회의에 들어갔고 그 교우를 잊었다.

3일 후 울프 목사의 비서가 한 교인의 자살 소식을 알렸다.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 여자 교인이 떠올랐다. 그는 자살한 남자의 부인이었다.

장례식장에서 그 여자 교인을 다시 만났을 때(울프 목사는 보통 장례식장에는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죄책감이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인이 남편의 음주 문제로 상담을 받으려고 월요일에 교회를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6개월간 실직 상태였던 남편은 우울증이 깊었다. 부인은 남편이 목사님의 전화라도 받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남편이 누운 관 옆에서 부인이 말했다. “남편은 늘 목사님을 존경했어요. 목사님과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랐었죠. 하지만 목사님이 바쁘시다는 걸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목사님이 바쁘시다는 걸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이것이 보통 교인들의 평가였다. 그 역시 자주 듣는 말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가 듣는 말은 사뭇 달랐다. 목사님은 세상에 나밖에 없는 듯 내 말을 경청하셔.
‘그랬던 리처드 울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는 혼자 물었다.

다음 날 울프 목사가 직원 두 사람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이름 모를’ 교인이 찾아왔다. 그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주제도 없고 끝도 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울프 목사가 정중히 바쁘다고 말하자 교인은 자리를 비켰다. 그는 직원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앉아 있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푸념했다. 몇 주 후 그는 그 남자를 같은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목사님, 몇 주 전 설교 중에 책 한 권을 소개하셨잖아요. 그 책을 사서 읽었어요. 그리고 일전에 우리가 여기서 만났을 때, 기억하세요?,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을 물어 보고 싶었죠. 아무튼 이후에 직장에서 쉐라톤 모임에 참석한다는 남자를 만났는데, 그 책 이야기를 꺼내니까 내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더라고요. 그 모임에 몇 주 나가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울프 목사가 아는 쉐라톤 모임은 사교 집단이었다. ‘남전도회가 이런 사람을 잘 챙겼어야지.’ 그는 TV 광고에서 본 고객을 빼앗긴 미련한 세일즈맨 신세가 된 기분이 잠시 들었다.

다음날 울프 목사는 교인의 자녀 가운데 17살 고등학생이 보낸 이메일을 받았다. 그 학생은 목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며 그를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얘야, 청소년 담당 목사가 따로 있는 이유가 있단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고등부 사역을 책임지고 있는 목사를 만나보라는 답장을 썼다. “저런, 17살 학생들은 내 담당이 아닌걸.”
하지만 그는 나흘 뒤 그 학생이 어느 대학교에서 경영학 전공 장학금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 학생은 결국 목사가 아니라 호텔 경영자가 될 것이다. 30분만 시간을 내었더라면 그 학생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예정에 없던 만남
다음 날 울프 목사는 예배부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비서를 만났다. “목사님, 존 셰퍼드라는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목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시네요. 확인해봤는데 우리 교회 교인은 아니에요. 하지만….”
“존 셰퍼드? 어떻게 생겼어요?”
비서는 그의 생김새를 설명했다.
“설마….”
“아시는 분이세요?”
“25년 전 미국 최고의 설교자였던 존 셰퍼드 목사님?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그냥 인사만 하고 싶으신 것이겠죠. 그럼 제가….”
“아냐. 만나지. 예배부 사람들에게 좀 기다리라고 해요.”
울프 목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존 셰퍼드 목사가 맞았다.

그는 손님을 사무실로 안내했다. 셰퍼드 목사는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목사님이 쓴 글도 많이 읽었고요. ‘기회가 오면 이 분을 꼭 만나야지’ 하고 자주 마음을 먹었지요. 이 근처에 사는 딸을 만나러 왔는데 여기에 교회가 있다는 걸 알고 딸한테 차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어요.”

울프 목사는 찾아주셔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곧장 사역, 리더의 우선순위, 기독교 운동의 전망 등 목사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문득 셰퍼드 목사가 물었다. “그래, 여기 일에 만족하세요?”
사무실에 정막이 감돌았다!

셰퍼드 목사처럼 통찰력 있는 노목사라면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오랜 침묵이었다.
울프 목사는 혼자 생각했다. ‘뭐라고? 만족하냐고? 행복하냐고 물었더라면 쉽게 대답했을 텐데. 교회도 크고 사역자들도 훌륭하고 뛰어난 목사로도 인정받고 있으니 행복하지. 그런데 만족이라니?’
“‘만족’하냐는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목사님은 사역에 만족하셨어요?”

셰퍼드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실 지금도 무척 만족해요. 은퇴는 했어도 목회를 그만둔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아마도 나는 목사가 체질인가 봐요.”

셰퍼드 목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울프 목사를 응시했다. “‘만족’이란 정확히 소명대로 살고 있다는 내적 확신을 말하는 거예요.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이게 바로 내 소명이었어!’라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건 무척 만족스런 일이죠.”
“어떤 만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 생활은 온통 교회 일에 관련된 회의뿐입니다. 큰 교회에서 목회를 하셨으면서 어떻게 사역에 만족하셨단 말씀입니까?”
“목회할 순간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사역했기 때문이에요.”
“목회할 순간이라고요?”

“그래요. 영혼을 돌봐야 할 사람들과의 뜻밖의 만남 말이에요. 나는 설교만 한다, 나는 교회의 리더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소망과 확신과 기도와 지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리라 마음먹었지요. 목회자의 안테나를 켜둔다고나 할까. 누군가에게 예수님을 소개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요.
목회할 순간이란 예정에 없던 일이에요.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게 하나님의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지요. 하나님께서 시간을 비워두시고 ‘잠깐! 이 일부터 하자. 그 사람과 이야기해. 그 사람과 기도해. 그게 훨씬 더 좋아’라고 말씀하시는 그런 경우지요.”

“목회할 순간이 그런 경우라면 저는 목회할 순간이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울프 목사는 알람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PDA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요즘에는 온통 리더십과 비전, 영혼구원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저는 교회를 이끌고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너무 바빠서 누구를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목사님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목사님은 지금 곤경에 처했어요. 교회를 이끄는 일은 무정하고 끝이 없는 일이에요. 목사의 모든 시간을 남김없이 뺏어가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목회할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 십상이에요. 나는 무척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를 들고 오는 하찮은 사람들까지 만날 시간은 없다고 자기암시 하듯 늘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목회할 순간을 놓치면 목사님은 말라버리게 될 겁니다. 목회할 순간은 목사를 건강하게 하고 겸손하게 하고 보통 사람들과 만나게 하지요. 그래야 설교도 살아나고 진솔할 수 있어요.”
“설마 마냥 사무실에 앉아서 사람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물론이에요. 목사는 영적 훈련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리더들과 회의도 해야 하지요. 때로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기도 해야 해요. 하지만 교회의 일들이 줄어드는 경우는 없어요. 일을 하다보면 내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에요. 그런 유혹에 속아서는 안 돼요.

반면에 목회할 순간은 목사가 종이라는 것을 일깨우지요. 목사님이 피하고 있는 삶의 영역이 무엇인지 보여주지요. 답이 없는 물음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음을 알게 하지요.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어요.”
울프 목사는 거의 울상이 됐다. 최근에 꽁꽁 눌러왔던 좌절감이 속에서 폭발할 듯했다. 목소리마저 갈라졌다.
“이렇게 큰 교회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목사지 저는 허구한 날 교회 프로그램과 정치 관련 회의만 하는걸요.”

이제 그는 해명할 차례가 됐다. 존 셰퍼드 목사는 듣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 주 전에 한 여자 교우가 상담을 요청했어요. 저는 바빠서 ‘나중에 다시 오세요’라고 말했죠. 그런데 며칠 뒤에 그 남편이 자살을 했어요. 저는 목사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교우가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저는 예결심의에 들어갔죠. 우리는 좋은 목회지원부서가 따로 있는데….”
“단지 회의에 바빠서 교우를 돌려보낸 거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쩌면 회의는 교우를 회피하는 핑계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죠. 보통 사람들에 대한 목사님의 사랑이 식은 건 아닌가요?”

사역의 과부하
울프 목사는 대답 대신 식당에서 만난 남자 이야기를 했다. 셰퍼드 목사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저는 이제 관리자나 다름이 없습니다. 셰퍼드 목사님, 저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하고 있지만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요즈음 부인은 뭐라고 하나요?”
“제 아내요?(그가 웃었다). 오늘내일이라도 당장 가정을 살려달라고 기도할 판입니다. 저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역에 바쁘다보니 아내를 만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아들의 축구 시합도 벌써 세 번이나 놓쳤고요.”

존 셰퍼드 목사는 그를 유심히 봤다. 그에게는 본능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셰퍼드 목사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잠깐 동안 젊은 목사의 목사가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목사님이 내 아들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말씀을 듣는 것도 오랜만이네요”(그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PDA의 알람이 울렸다. “무시하세요. 아무 데도 안 갈 겁니다.”

셰퍼드 목사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주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을 내느라 바쁘셨지만 목회할 순간만큼은 놓치는 법이 없으셨어요. 장례식에도 가셨고 삭개오도 만나셨고 우물가에서 만난 타락한 여자와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셨고 아이들도 축복하셨고…이런 게 다 목회할 순간이었지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진짜 사역이 뭔지 보여주신 거예요.”

“교회가 더 작았더라면….”
“교회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에요. 나는 큰 교회, 작은 교회 다 있어 봤어요. 중요한 건 진짜 문제로 고민하는 진짜 사람들을 멀리하고픈 유혹을 이기는 거지요. 프로그램을 돌리는 게 사역의 전부라면 목사님은 말라버리고 말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역자와 장로들에게 뜻밖의 목회할 순간을 놓칠 수밖에 없는 빡빡한 일정을 더 이상 소화하지 않겠다고 말하세요. 행정 회의를 줄이고 목회할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의 협조를 구하세요. 그들도 적응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성 프란체스코에 관한 건 모두 찾아서 읽어보세요. 그 사람이야말로 목회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목사의 표상이에요. 그는 조직의 폐습을 꿰뚫었고, 나환자를 안아주고 어린이를 축복하고 가난한 자에게 빵을 주는 일을 꾸준히 했어요.”

마침내 울프 목사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이 후련한 대화였다.
“축복 기도를 해도 될까요?” 셰퍼드 목사는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기도가 끝나자 울프 목사가 말했다. “목사님이 가신 뒤에 비서하고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목회할 순간’이라는 말을 모를 것 같아요.”

“반응이 시큰둥해도 놀라지 마세요. 사무를 보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총이 그들에게 있기를, 일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오늘 어떻게 오신 겁니까? 제가 이렇게 선약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때가 거의 없거든요.”
“글쎄, 말했듯이 근처에 왔다가 딸이 목사님의 교회 이야기를 하기에. 나도 모르겠군요.” 그는 알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저 목회할 순간이 왔다는 느낌이 들어서….”
PDA의 알람이 다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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